저는 7년 간의 음란물 중독에 빠져 20대의 99%를 음란물을 보는데 모두 보내버렸습니다. 남들이 학교에 다니거나, 취직을 하고 자격증을 따며 사회생활을 통해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연애도 하며 보내는 꽃다운 시간에 스스로를 집에 몰아넣었었죠. 중독에 너무 빠져버려 그 순간의 쾌감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나는 언젠가는 성공할 거니까 지금 당장 이렇게 즐겨도 괜찮아’ 라는 말도 안되는 자기 합리화도 했습니다. 하루동안 하는 모든 행동의 이유와 목적은 음란물을 보기 위한 것이었고 아무리 졸려도, 스트레스가 쌓여 폭발 직전까지 갔어도, 알바 출근 시간 5분 전에도 계속 음란물을 봤습니다. 당연히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죠. 잠도 부족 했고 에너지도 없었으며 어디 가서 내놓을 만한 실력이나 커리어도 존재할 리 만무했습니다.
서른의 마지막을 지나고 있던 그해 겨울, 이대로는 안된다 싶었습니다. 분명 7년 전까지만 봐도 그래도 건강하셨던 어머니의 몸상태가 눈에 띌 정도로 나빠지셨고 제 몸 역시 비만, 탈모는 기본이고 신체 각 부분에 크고 작은 병적인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그동안 자신과 가족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음란물이라는 세계에 빠져버린 대가 였습니다. 그렇게 뒤늦게라도 정신을 차렸을 때 맞닥뜨린 현실은 참담했죠. 길을 지나가다 저와 같은 연령대인 2030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들의 화려하고 예쁘고 멋진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단순히 특정 직업을 가지고 있다거나 돈을 잘 버는 것 같다거나 하는 그런 느낌보단 힘들더라도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오는 멋짐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역할을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그동안 지켜드리지 못했던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와 책임감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SPACE S’ 라는 성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고 새해 첫날 첫 상담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서른하나를 맞이하는 새해 첫 행동은 그동안 제 꽃다운 20대의 전부였던 음란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7년의 시간 동안 중간중간 그래도 줄여보자 혹은 끊어보자 생각하고 참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최장 기간이 7일이었고 그마저도 머릿속에서 계속 드는 음란물에 대한 생각을 통제하지 못했었습니다. 그 후의 금욕도 며칠을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반신반의 했습니다. 온라인 상담이고 24시간 붙어서 저의 모든 행동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니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들었었죠. 그래도 그동안 혼자만의 힘으로는 실패했으니 지독하게 들러붙어 있는 이 음란물로부터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한다는 일념 하에 첫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긴장이 많이 됐습니다. ‘내가 상담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요구들을 따라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화면 너머에서 날 비웃으면 어떡하지…’, ‘만약 내가 중간에 음란물을 보게 됐을 때 상담사님께 어떤 식으로 말씀을 드려야지? 난 또 누군가에게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게 되는 건가…’ 라는 걱정에 휩쓸리게 되더라고요.
기우였습니다. 어려운 용어도 설명도 없었습니다. 상담의 중심에는 항상 제가 존재했습니다. 예정 되어있는 프로그램이 있더라도 제가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그것이 항상 우선이었습니다. 꽁꽁 싸매고 혼자 착각하고 그런 걱정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얼마나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겠습니까. 두서없이 정리도 안되고 중구난방으로 말을 해도 끝까지 들어주시고 제 행동의 의미를 찾아주시고 같이 공감해주셨습니다. 사무적인 대화가 아니었고 제가 그동안 저질렀던 중독의 행동들을 탓할 필요가 없단 것도 항상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사실 중독자가 받는 사회의 시선은 그리 고운 편이 아닐겁니다. 그것에서 나오는 두려움 역시 굉장히 컸었고요. 비록 화면 속이었지만 제 이야기에 따라 같이 즐거워 하시고 슬퍼해 주시는 모습에 제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그렇게 생에 첫 상담을 시작하고 저의 치료는 23일 간의 금욕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믿겨지지가 않았습니다. 여태껏 끽해야 7일이었습니다. 그 후의 시도에서도 얼마 가지 못한 금욕을 상담을 통해 23일이나 해버렸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하는 그 상담이 다음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가 되었고 제 의지만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상담을 통해서 채워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저의 사적인 부분이라 디테일하게 상담의 내용까지는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한가지 확신 드릴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제 자신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는 것입니다. 성욕이란 무엇이고 이것이 나를 어떤 식으로 갉아먹었는지, 나의 무엇을 가져갔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그것이 또 어떤 의미였는지 주입식이 전달이 아닌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만들어 주시는 상담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입발린 소리, 위로한답시고 하는 아무 영양가 없는 어정쩡한 칭찬들이 아닌 스스로의 가치를 스스로가 깨우치게 되는 과정. 저는 이것이야말로 음란물로 인해 당장 얻는 쾌감보다 더한 가치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느끼게 되는 가장 값진 것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24일 차 때 깨져버린 저의 다짐들을 ‘실패’가 아닌 ‘실수’로 단호히 정의 하시고 끊어지는 것이 아닌 이어지는 것이라고 상기시키셨던 그 모습도 정말 큰 힘이 돼 주셨습니다. 항상 제 얘기를 우선적으로 들어주셔서 제 말에는 무조건 인정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패했다는 저의 생각을 흔들림 없이 실패가 아니라고 말씀 해주시는 순간에는 제가 상담사님께 표현을 잘 못했지만 ‘진짜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계시구나, 이런게 진짜 내 편이구나’ 라고 강하게 느꼈습니다.
상담사 님께서 말씀을 하실 때에는 항상 저를 배려하려고 하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중간에 한 실수에 대해 의기소침해 있을 경우 일부러 그때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고 앞으로 해나갈 생산적인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응원해 주셨습니다. 화법 자체에 중독자들이 가장 두려워 할 남들의 시선 같은 차가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제 안에서 더 많은 것들을 꺼내 이야기 하실 수 있게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주도 하셨습니다. ‘내가 전문가니까 일단 내 말대로 해봐’ 가 전혀 아닙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이 세상의 모든 아픈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 입니다.’ 라고 느끼게 해주신 것에 대해 압도적인 감사를 표합니다.
실수를 하고 다시 재정비하여 시작한 치료는 상담이 끝날 때까지 총 45일 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새해 첫날 부터 시작한 상담은 어느덧 71일 이라는 여정으로 마무리 되었고 그렇게 끝났어도 저는 계속해서 스스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틀이 지난 지금은 47일 차가 되었네요. 이제 스스로를 어떻게 아껴야 하고 되돌아 봐야 하는지 알게 됐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확신이 듭니다. 혼자였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음란물을 보고 있었을 겁니다. 기껏해야 7일이 최선이었던 괴물을 23일, 45일 그리고 상담이 끝났음에도 풀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게 하는 힘을 길러주신 상담사님께 제 평생의 은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역시 얼마 전까지 계속 음란물에 빠져있었던 저와 비슷한 입장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민도 좋지만 그것 역시 너무 이해가 가지만 스스로 놓치고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서라도 망설이지 마시고 상담 받으세요. 단언컨대 앞으로의 인생에서 손에 꼽는 가장 보람 있는 일이 될 겁니다. 그리고 상담을 시작했다면 적극적으로 달려드세요. 어떤 것도 좋으니 털어놓으세요. 털어내면 털어낼수록 여러분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명확하게 보이실 겁니다. 저도 아직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음란물 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찾게 됐고 그것에 집중하기 위해 성욕을 잠시 뒤로 미뤄두는 방법과 힘을 길렀기에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중독자들을 응원 하겠습니다.